순교자 문준경 전도사 생애 5
청강생으로 문 집사는 열심을 다하여 공부하였다. 그러나 그녀의 신분은 불안하였다. 특히 청강생은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학비 외에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. 고향에서 가지고 온 돈이 거의 바닥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. 문 집사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남편과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고향에 가서 남편 정근택의 호적등본을 뗀 뒤 이혼에 관한 절차를 문의하였다. 호적등본을 가지고 남편을 찾아가니 남편은 만나주지도 않았다. 그래도 남편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 뒤 이혼을 부탁하자 남편은 극구 반대하였다. 시가에서도 난리가 났다. 정씨 문중은 회의까지 열어 문중의 명예와 질서를 위해 이혼을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. 문 집사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, 오히려 파장만 일으키게 되어 성서학원에서 계속 청강생 신분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. 서울에서 생활은 더 고달팠다. 식량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로 버텼으나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. 굶주림이 너무 심해져서 방안에서 혼자 쓰러져 있기도 했지만, 이 딱한 사정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. 너무 굶주려서 신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. 너무 배가 고파서 기숙사 식당에 가서 학생들이 먹다 남긴 누룽지와 숭늉을 얻어먹고 정신을 차렸다. 그러나 이런 일도 계속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.
문 집사는 마지막 한 번 원장을 찾아가 사정하기로 했다. 문 집사는 원장에게 공부는 계속해야겠는데 다른 방법이 없어서 원장을 찾아왔다고 운을 뗀 후, 자신을 원비생으로 받아달라고 사정하였다.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도서를 돌아다니며 불쌍한 영혼들을 전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. 이렇게 생활하다가 공부를 마칠 수 없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였다.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하면, 어느 정도 숙식이 해결되니 공부에 전력을 할 수 있다고 했다. 그러자 원장은 문 집사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학칙을 한 번 깨뜨리면 걷잡을 수 없다고 학교 운영의 규칙을 말하면서 매우 난처해하였다. 원장을 만나고 확답을 듣지 못한 문 집사는 에배당 강단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. “울어도 못하네 눈물 많이 흘려도”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십자가에서 못 박히신 예수님이 자신을 애절한 눈 빛으로 보고 계시는 환상이 나타났다. 너무 또렷이 보이는 예수님의 고난당하신 모습이 문 집사를 강렬하게 휘몰아쳤다.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당하신 그 아픔과 고난을 생각하니 배고픈 것 때문에 신학 공부하는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회개하였다. 그까짓 배고픈 것이 무엇이길래, 주님을 위해 죽기까지 다짐했는데 이 길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. 문 집사는 회개 기도와 감사 기도를 한 후 마음의 평안과 기쁨이 몰려옴을 느꼈다.
문 집사는 기도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았던 것도 다 하나님의 섭리와 뜻임을 깨닫게 되었다. 만일 여느 여인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더라면 주님께 헌신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신실한 일꾼으로 삼기 위한 전능하신 주님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.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자신은 하나님의 택함 받은 종이라는 감사와 감격이 절로 우러나왔다. 기도를 마친 후 예배당 문을 나서는데 저만치 고향 교회 담임이신 이성봉 목사가 자신을 향하여 걸어오지 않은가! 문 집사는 반가운 마음에 이성봉 목사를 향하여 달려가서 인사하였다. 문 집사와 이 목사는 그동안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 하였다. 문 집사는 조금 전까지 공부를 포기할까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자 이성봉 목사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걱정을 해주었다. 문 집사는 그동안 서울 생활에서 어려움을 말하고 조금 전 에수님의 환상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하였다. 이성봉 목사는 문 집사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원장실을 향하여 갔다.